망태버섯의 망사가 자라는 모습
2010. 07. 25
파주 용암사
<아침 7시 22분>
<7시 27분>
<7시 33분>
<7시 40분>
<7시 44분>
<7시 48분>
<7시53분>
<7시 54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망태버섯을 만나기 위해 용암사로 향했다.
아침 5시에 알람을 마쳐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핏 잠을 깨었는데 알람이 울리지를 않는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선잠을 깨어 시계를 보니 5시 40분이 넘어서고 있다. 일요일 안 울림으로 되어 있었나보다. 전에도 이런 일이 두 번 있었는데... 부랴부랴 일어나 짐을 챙겨서 출발. 6시경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송추IC에서 내려서서 파주 벽제 용미리로 향한다. 늦어서 혹시나 망태버섯이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마음을 졸이며 가는데 도로공사중이라고 길을 막고 나선다. 6시 35분경 도착했을까? 차량이 벌써 2~3대 와있다. 왼쪽에서 사람소리가 나지만 지난해 망태버섯이 자라던 대웅전 왼쪽켠으로 가보았다. 어쩐지 조용하다.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나무 등걸에서 자라던 망태버섯, 이끼와 더불어 멋진 모델이었는데 너무나 아쉽다. 올해는 왜 안 나올까? 환경이 맞지 않나? 사람의 발자국이 너무 잦아서인가? 등등 별별 생각을 하며 대웅전 오른쪽 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까이 가보니 9명의 진사들이 망태버섯 두 송이를 두고 빙 둘러서서 발 디딜 틈도 없다. 나무 등걸 위에 피어난 망태버섯 Good! 이다. 그러나 어느 틈에 끼어서 셔터를 눌러야하나? 늦은 탓에 자리 잡기가 힘들다. 주변 배경 넣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겠다. 마주선 사람의 다리가 안 나오면 다행이다. 아무튼 6시 50분에 첫 컷을 담았다. 몇 컷 찍고 도저히 안 되겠기에 이 사람들 간 뒤에 다시 오기로 하고 다른 곳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나던 곳은 한곳도 나지 않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한참 찾아 해매며 돌아 다녀도 망태버섯은 보이질 않고 영지버섯이 눈에 들어온다. 영지버섯을 몇 컷 담고 둘러보는데 흰 버섯 두송이가 가까이에서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어 열심히 담고 있는데, 아내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보! 저쪽 위에 노란 것이 보이는데 혹시 망태버섯 아니에요?”하고 묻는다.
머리를 들고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심봤다!” 였다. 이제 땅에서 솟아올라 망사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는 어린 망태버섯이다. 키가 7~8cm 정도 되어보인다.
자라나는 모습을 연속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다. 처음 맞이한 기회다. 사람도 없고 나 혼자 느긋하게 배경도 구도도 마음대로 잡을 수 있고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파란이끼가 자라는 나무 등걸이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낮은 삼각대를 가지고 온 것이 또 아쉽다. 산비탈이다 보니 높은 삼각대가 있었으며 좀 더 선명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7시 22분에 첫 컷을 담고 마지막 컷이 7시 54분이니 32분만에 다 자란 것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생을 마치고 쓰러질 것이다. 한 2~3시간 모습을 뽐내고 사라지는 망태버섯, 화려한 만큼 짧게 살다가 사라진다. 다시 처음 보았던 장소로 와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버섯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경사면이라 쉽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없으니 구도 잡기는 그래도 수월하다. 아무튼 모기에게 소신공양하고, 진흙에 미끄러져 바지는 흙투성이지만 아침 일찍 부처님께 올린 공양덕분인지 새벽잠 설치며 달려온 보람을 자라는 모습부터 다 자란 녀석까지 다양하게 보고 사진을 담을 수 있어 뜻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