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

점봉산 곰배령

살구나무꽃 2011. 5. 8. 13:00

 

야생화의 보고 곰배령

 

 

2011년 4월 30일

내일 아침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잘 들지를 않는다.

잠이 안들 때 생긴 습관이 엎드려서 책보기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이것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어떤 때는 10분정도 지나면 잠이 오는데

1시쯤에 잠이 든 모양이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까지 9시까지는 가야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3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그러니 늦어도 6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점봉산 곰배령을 가기위해서는

사전예약은 필수다.

국가에서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입산 인원도 제한되어 있고 시간도 정해져 있다.

(하루 100명, 9시 30명, 10시 30명, 11시 40명)

일찍 가서 아침 햇빛을 이용하기 위해

9시 입산으로 신청했었다.

아내는 투덜댄다. 10시로 하지 않았다고

 

오랜만에 자녀들이랑 함께하는 야외활동이라

오전부터 준비하느라 아내는 분주하다.

과일, 과자 등의 간식거리랑 김밥재료를 사오고

저녁 늦게 까지 밥하고 김밥 싸고 바쁘게 움직인다.

 

문제는 날씨였다.

기상청 예보가 내일은 날씨가 영서지방은 갠다고 하는데

오늘의 날씨는 천둥 번개에 비바람이 몰아친단다.

비가 많이 와서 수해를 입은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내일은 날씨가 어떨까 걱정이 태산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밤 11시는 되어야 비가 그친다고 한다.

내일은 구름약간에 빛이 난다고 하는데

아내는 그래도 걱정인지 “왜 이런 날씨에 가려고 하느냐?

다음에 가면 안 되느냐?” 라며 핀잔이다.

요즈음은 기상청 예보가 잘 맞으니

믿고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5월 1일

 

5시에 알람이 울린다.

아침식사도 거르고

겨우 5시 50분경에 출발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구름이 꽉 낀 하늘에 운무까지 있고

일기예보에 비가 그치면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몰려온다고 한다.

 

덕소IC로 접어들어 동홍천IC로 나와 쉬지 않고 달린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차량들이 적어 시원하게 달린다.

인제쪽으로 접어들어 다시 현리방향으로

다시 방동리 방향으로 접어들어 진동계곡으로 접어든다.

아들 녀석이 운전하니 나는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딸내미는 잠이 모자라는지 이내 잠에 빠져든다.

 

인제에서부터는 길이 꼬불꼬불

내린천을 따라 달리는 길들이

연둣빛으로 물든 산과

비온 뒤 맑은 물이 가득한 내린천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지만

9시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의 긴장도 따른다.

아침 식사는 달리는 차 안에서 깁밥으로 간단히 해결

 

진동계곡 접어들어 얼마안가니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비가 와서 길이 패어 자동차가 요동을 친다.

다행히 일찍 도착했다. 8시 25분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도 있다.

다들 일찍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여유 있게 아침식사와 곁들여 커피까지 한잔했다.

 

 

 

관리센터에서 신분증과 입산출입증을 교환하고

숲해설사의 설명을 간단히 듣고

 

 

 

9시에 출발

 

첫눈에 들어오는 게 맑은 계곡물이다.

 

 

비온 뒤라 수량도 많지만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옥색 빛이 감도는 물이

계곡을 휘감아 돌아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다.

 

 

강선마을을 지날 때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돌다리를 물이 넘쳐

신발을 벗고 건너야 한단다.

 

길이는 10m 남짓한데

정신이 확 든다. 발을 동동 구를 정도다.

 

 

 

 이렇게 아직도 계곡에는 녹지 않은 얼음이 있으니

물이 찰 수 밖에

 

 

 

중간에 어느 화가의 캔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가로 10m가 넘을 정도고, 세로는 2m 정도다.

그런데 백지 상태다.

캔버스 앞에 있는 자연상태가 그림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계절에 따라 변하고

보는 위치에 따라 변한다.

 

 

 

길가 숲에는 갖가지 야생화가

어제의 비바람을 잘 견디고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 햇빛도 없고 기온이 낮아

꽃잎을 활짝 열지 못하고 있다.

동의나물, 현호색, 괭이눈, 홀아비바람꽃, 제비꽃, 얼레지, 꿩의바람꽃, 노랑제비꽃

 

<동의나물>

 

 

 

 

 

 

<현호색>

 

 

<갈퀴현호색>

 

 

 

<금괭이눈>

 

 

 

<왜미나리아재비>

 

 

 

<박새>

 

 

<개별꽃>

 

 

<노랑제비꽃>

 

 

<노루귀>

 

 

<홀아비바람꽃>

 

 

 

 

 

 

오늘의 꼭 보고자하는 야생화는 모데미풀과 한계령풀, 동의나물이다.

동의나물은 종종 보이는데 모데미풀은 소식이 없다.

 

안내원과 함께 출발했지만

사진을 찍다보니

함께 동행 할 수가 없다.

등산객들은 벌써 저 멀리 앞서가고

 

아내와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야생화에 대해 설명도 해가며

아름다운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맑고 향긋한 숲의 공기를 마셔본다.

 

 

날씨가 맑고 차분하여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어제 날씨 때문에 걱정했던 아내에게

큰소리 한번 쳐본다.

“여보 오늘 날 한번 잘 잡았지.”하고 대답을 요구한다.

사실 오늘 가족 등반을 추진하면서

날씨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높은 산이지만 악산이 아니어서

길은 완만하고 좋아서 걷는데 어려움이 없다.

 

 

한계령풀이 이제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날씨 탓에 고개를 푹 숙이고 꽃술을 보호하고 있다.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된 꽃이라

이름을 ‘한계령풀’이라 명명하였다.

<한계령풀>

 

 

 

 

 

 

 

 

 

 

얼마를 올랐을까

오른쪽 작은 계곡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가장자리에

그렇게 그리던 모데미풀이 눈에 들어온다.

몇 해 전 광덕산에서 때늦은 모데미풀 두 그루를 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소백산에 많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실제 가보지는 못하고

곰배령에서 핀다는 것을 알고 오늘 많이 기대했는데

이렇게 귀할 수가 없다.

 

어제 세찬 비로 인해 꽃잎이 약간 상한 듯하지만

계곡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다.

<모데비풀>

 

 

 

 

 

 

 

정상으로 향할수록 꽃의 수가 줄어들고

얼레지는 이제 꽃망울을 올리고 있다.

 

얼마를 올랐을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사람이 비를 맞는 것보다 카메라가 걱정이다.

재빨리 품속에 품는다. 다행히 몇 방울 떨어지고 그친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사진을 찍다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앞서간 사람들이 벌써 내려오고

10시 출발 팀이 올라오고 있다.

 

 

곰배령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 선 딸내미가 보이는데

바람이 엄청 세차게 불고 있는 느낌이다.

 

드디어 곰배령 정상

 

 

 

 

황량하기 그지없다.

사람들도 없다.

그럴 수밖에

세찬바람과 운무로 풍경이 보이지도 않는다.

추운 날씨에 옷깃을 여미어본다.

기념사진 몇 장을 찍는데 우박까지 떨어진다.

원래생각은 곰의 배처럼 생긴 두리 둥실한 산등성이에 앉아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자연을 만끽하고 내려오려 했는데

어림도 없다.

 

비와 우박이 떨어지고

세찬 바람은 모자를 벗겨가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곳은 아직도 이른 봄이다.

 

 

 

 

내려오면서 주위를 잘 살펴보니 모데미풀이 몇 곳 더 보인다.

<모데미풀>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실제는 올라갈 때 더 잘 보이는데

가족이 함께 걷다보니 제대로 보질 못했었다.

내려올 때는 혼자 뒤 처져서

좌우를 잘 살핀 덕분이다.

 

 

 

오전에 강선마을에서 개울 건널 때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넜는데

오후가 되니 물이 많이 줄어

신발을 신고 건너뛰어도 될 정도다.

꽃들이 아침보다 꽃잎을 많이 열고 있다.

꿩의바람꽃과 얼레지 등이 꽃잎을 열어

아름다운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얼레지>

 

 

 

다시 관리센터에 출입증을 반납하고

신분증을 찾아 차로오니

가족들은 모두 차 안에서 대기 중이다.

 

다리가 뻐근하고 힘이 쭉 빠져

걷기가 싫다.

그러나 좋은 경치와 아름다운 야생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보람되게 보낸 하루였다.

귀가 길에 홍천에 들러

그 유명한 화로구이로 점심 겸 저녁을 맛있게 먹고

집에 도착하니 9시 경이 되었다.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돌아오니

길도 막히지 않고

집에서 정리하고 쉴 수 있어 좋다.

 

담아온 야생화 사진은

어떨까? 표현이 잘 되었을까?

언제나 결론은 별로다.

핑계는 많다.

빛이 너무 강해서, 빛이 너무 약해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좋은 모델이 없어서……

언제나 남의 탓 하지 않을 때가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