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뱀서방 설화

살구나무꽃 2021. 2. 11. 20:59

뱀서방 설화

 

뱀에 얽힌 이야기는 민간에 많이 전하죠.

 

어느 농부가 논두렁을 자꾸만 뚫는 뱀을 삽으로 찍어 죽인 다음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다가 담이 무너져 깔려 죽었데요. 아이가 죽은 땅을 파 보았더니 토막 난 뱀의 시체가 있었다는 이야기로부터, 뱀을 죽이려면 완전히 죽여야지 반만 죽이면 살아나서 그 집 간장독에 들어가 멱을 감는다는 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뱀서방 설화>는 그리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마을에 아기를 못 낳는 부인이 있었는데, 남편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씨를 내리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했답니다. 그래서 이 부인은 정안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빌어도 보고 산 속 깊은 곳을 찾아가 바위 치성도 드려보았으나 잉태의 소망은 별바라기처럼 아득하기만 했답니다. 그러다 보니 세월도 흘러 부인의 나이 어느덧 오십, 손자는커녕 자식도 없으면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할머니 취급을 받았어요.

 

희망을 잃고 한숨을 쉬며 빨래를 하기 위해 개울로 나간 부인은 위쪽에서 동동 떠내려 오는 오이 하나를 발견하곤 팔자타령을 하며 와작와작 씹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조화일까요? 그날 이후로 이 부인에겐 태기가 있어

열 달 후에 아기를 낳았으니 참으로 반갑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오이를 먹고 아이를 가진 이야기들은 많이 들어본 듯하다??

 

그러나 아기를 본 부인은 기절하지 않을 수 없었데요. 살 부분까지는 분명히 사람인데,

그것도 아주 잘 생긴 사람인데 두 다리가 뱀이더랍니다. 징그러운 뱀이 고추 아래로 길게 붙어있는 것이었답니다. 부인은 운명으로 여겼데요.

 

이런 자식일망정 아들을 점지해 준 삼신할머니께 감사한 마음까지 가졌답니다. 정성으로 키웠고, 머리도 좋았고, 건강하였으며 부모님께 효성 하는 마음

또한 지극하였답니다.

 

어느덧 아이는 열여섯 살 총각이 됐데요. 뱀총각은 장가를 가고 싶었으나, 자신의 하체가 뱀이니 어떤 처녀가 시집을 올 것인가.

 

이때 이웃집에 딸 셋이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혼인 이야기가 나오자 기겁을 하며 차라리 처녀로 늙어 죽었으면 죽었지 뱀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하였답니다.

((!~~~ 끄덕! 끄덕! 저같아도 그랬을 듯...))

 

그러나 셋째 딸은 그것이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뱀총각을 동정하는 마음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답니다. 뱀총각의 기쁨은 말할 수 없었죠.

 

드디어 혼인식을 올리고 첫날밤이 되었어요. 뱀과 동침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셋째딸 색시는 불안한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 또한 어찌된 일인가. 뱀신랑은 스르르 허물을 벗더니 멀쩡하고 잘 생긴 남자로 바뀌는 게 아니겠어요? 꿀 같은 밤이 지났어요.

 

아침이 되니 신랑은 다시 뱀으로 변했데요. 낮에는 뱀이요 밤에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 비밀을 아는 색시는 남들의 숙덕숙덕에 아랑곳없이 행복하기만 했데요.

 

신랑은 과거의 업()과 인연을 얘기했데요. 전생의 업보가 다하여 결혼 100일이 지난 날 뱀신랑은 완연한 사람으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행복한 부부가 되자 큰언니 둘째언니는 시샘이 발동했답니다.

이제 완전한 사람으로 돌아온 신랑이 과거 길에 나서자 막내 집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깊은 비밀 하나를 캐냈어요. 뱀신랑은 마지막으로 허물을 벗던 날 뱀허물을 아내에게 주면서 앞으로 삼 년 동안 절대로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언니들의 꾐에 빠진 순진한 색시는 이 비밀을 언니들에게 말해버린 겁니다. 막내가 밭에 나간 틈을 타서 언니 둘은 이 뱀허물을 찾아내어 불에 태워 버렸다.(태우는 것은 어찌알고 그랬을까요?)

 

허물을 잃어버린 신랑은 아무리 기다려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더랍니다.

색시는 울며불며 후회했지만 한번 엎질러진 물을 어이할 것입니까. 색시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죄의식으로 날이면 날마다 하늘에 빌고 땅에게 속죄했지만 한번 떠난 남편은 깜깜 무소식이었답니다.

 

색시는 결심했어요. 남편을 찾아 나선 거예요. 갖가지 고통과 시험을 거친 어느 날 색시는 드디어 남편의 소재를 알아냈어요. 천길 땅속 깊은 곳 지하국에 남편이 살고 있다고 하여 찾아가니 과연 남편은 그곳에서 세 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살고 있었답니다.

아들딸도 여러 명 있었데요. 물론 변신하는 뱀이었구요.

색시는 현재의 세 부인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남편을 되돌려달라고 간청했어요.

그러나 이게 어디 될 말인가요. 세 부인들은 오히려 색시를 미친년 취급하며 당장 여기를 떠나라고 호통을 쳤답니다.

 

그래서 색시는 남편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함께 돌아가자고 빌었어요.

그러나 남편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하였데요.

이 때 지하국 임금이 그간의 사정을 듣고는 우선 야단을 친 다음에 어려운

시험 세 가지를 통과하면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고 허락했어요.

 

색시는 호랑이 수염 뽑기 등 세 가지 어려운 관문을 가까스로 통과했답니다.

이리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온 뱀서방 내외는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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